여러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산승을 위해 이처럼 귀중한 자리를 준비해주시고 초청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훌륭한 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께서 이끌어 오신 세계 여러 종교들 간의 대화는 인류와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신적 토대요, 밝은 미래로 인도하는 희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를 통해 지혜와 복을 나누어 기아와 질병, 차별과 억압, 투쟁과 환경오염 등의 난제들로 가득한 지구촌을 선도(善導)하여 왔고 만인에게 평화를 꿈꾸게 하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종교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책임과 의무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등한시 한다면 진정한 종교인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불안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의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우리 종교인들도 본분을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 종교인들이 앞장서 일깨워주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먼저 베풀고, 먼저 손을 내밀며, 먼저 보살펴서 굶주림과 병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저들을 일깨워주어 싸움과 반목을 멈추게 하고 환경과 생태계를 회복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든 종교들이 존재하고, 신뢰하고, 수행하는 이유이며 의무라고 믿습니다. 산승도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만인에게 참선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을 널리 유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호단체와 환경단체 지원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굶주림, 질병, 전쟁 등과 같은 오래된 문제들뿐만 아니라, 지구를 잘 돌보지 않음으로 인해 새로운 난제에 직면하였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수천 년간 지구촌의 변화보다 최근 이백 년 동안의 변화가 더 큽니다. 급기야 이제는 인류와 지구촌의 존폐를 걱정할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이 지구와 자연이 우리의 조상들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보존하기를 간곡히 기원하며 물려준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인류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이 세상과 우리 이웃들이 없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의 삶은 어디에서 끝나며 어디에서 새로 시작해야 할까요? 땅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산승은 일생토록 품어왔던 원력인 지구촌과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하나되어 열과 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난제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너무나 심각해서 돌이키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우리 인류가 지구촌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화합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있다고 산승은 믿습니다.
간화선 수행을 통해서 우리는 '참나'를 찾을 수 있으며, 참나를 찾음으로 인해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간화선 수행이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물으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불교는 지난 2500여 년 동안 인류의 문화적, 정신적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1600여 년 동안 부처님의 정통법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불교는, 지구촌의 물질문화에 대해 새로운 방향과 효과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영구적인 세계평화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유네스코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라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면, 평화의 해결책도 또한 마음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지구촌의 평화와 화목과 평등, 건강한 생태환경은 인류 개개인이 마음을 닦는 수행을 통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과 자연은 서로 상생의 관계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온 지구촌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참나를 찾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되면,
자연과 인류가 상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인간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려 고통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됩니다.
참선을 통해 참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는 "우리"가 되고, "이기심"이 "이타심"이 되며, "아만심"이 "자비심"이 되어, 모두가 기꺼이 이웃을 돕고 우리의 보금자리인 지구촌을 보살피게 됩니다.

참나를 찾아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되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시비심이 없어지고, 어리석음이 사라져 크게 지혜로워지게 되므로, 반목과 갈등 그리고 전쟁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참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수행법인 간화선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수행은 바닷물이 짜고 꿀이 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닦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수행은 각자의 직분이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생활과 종교생활을 하는 가운데 닦아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이 몸뚱이를 받아서 지금 이렇게 '나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몸뚱이는 백 년 이내에 썩어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므로 진정한 '참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참나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부모에게 이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 나던고?” 하고 간절히 의심하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러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이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기를 끊어짐 없도록 노력하다 보면 문득 참의심이 시동걸리게 됩니다. 참의심이 시동걸리면 그때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되 보는 것도 잊어버리고, 듣되 듣는 것도 잊어버리고, 몸뚱이도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화두의심 한 생각으로 삼매(三昧)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며칠이고 몇 달이고 화두의심에 푸욱 빠져서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홀연히 사물을 보는 찰나, 소리를 듣는 찰나에 화두가 박살이 나게 됩니다. 그러면 완전한 '참나'를 찾게 되고 마음의 고향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일화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옛날 중국에 '소동파(蘇東坡)'라는 대문장가(大文章家)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세상의 문장과 재주, 식견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후로는 참선수행에 몰두했습니다.
하루는 노산 흥룡사에 상총(常聰) 선사라는 안목(眼目)이 고준한 선지식이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선사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말하기를,
"선사님의 법문을 들으러 왔습니다." 하니, 상총 선사께서,
"그대는 어째서 유정설법(有情說法)만 들으려 하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은 들으려 하지 않는고?" 하고 물으셨습니다.
소동파는 선사의 물음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과 정이 있는 유정물 뿐만 아니라, 산이나 바위나 나무 같은 무정물도 설법을 한다?" 이 충격적인 말씀에 의심이 깊게 사무치게 되었는데, 친견하고 일어나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온 몸과 온 마음이 이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말등에 앉아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 소동파는 한 생각에 깊이 빠져서 문득 의심삼매(疑心三昧)에 들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무정물이 진리를 설할 수 있는가? 왜 나는 그것을 듣지 못하는가?"
그렇게 수십 리 먼 길을 말을 타고 돌아가다가 산모퉁이를 도는 순간, 산골짜기에서 짚동 같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에 크게 깨달아 마음의 고향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게송을 짓기를,
溪聲自是廣長舌<계성자시광장설>인데
山色豈非淸淨身<산색기비청정신>이리오
夜來八萬四千偈<야래팔만사천게>를
他日如何擧似人<타일여하거사인>하리오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소리가 팔만사천 지혜의 말씀인데
산색이 어찌 부처님의 청정한 몸이 아니겠는가
밤이 옴에 팔만사천 법문을
다른 날에 어떻게 사람에게 들어서 보일꼬
이후로 소동파는 남은 생을 마음의 고향에서 지혜롭고 안락한 삶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불경과 성경, 코란 등 성전(聖典)뿐만 아니라 정(情)이 없는 저 돌덩이와 물 그리고 자연도 한량없는 지혜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저 무정물이 설하는 진리의 말씀까지도 들을 수 있을 때, 지구를 위협하는 생태학적 위기와 환경문제에서 벗어나 지구촌은 진정한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형제 자매 여러분,
세계는 지금 극단적인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개인간의 다툼, 사상의 충돌, 종교간, 국가간 그리고 인종간의 갈등으로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순수하게 보존되어야 할 우리 지구촌의 평화로운 환경을 위협하고 파괴해 왔습니다.
산은 모든 종류의 짐승들과 새들을 양육하고,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선사합니다. 물은 모든 고기와 어패류를 양육하며 인류와 무정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니, 산과 물과 같은 덕행을 행하여 우리의 터전을 육성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온 세계는 하나입니다.
환경과 생태의 파괴는 곧 인류와 지구촌의 위기입니다. 왜냐하면, 만물은 나와 여러분과 더불어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인류와 지구촌이 지금의 생태학적 위기에서 벗어나 영원한 평화와 행복 그리고 번영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분들에게 산승이 직접 지은 게송 한 수를 여러분들께 선물해 드리고자 합니다.
向上向下事難分<향상향하사난분>이요
得意忘言道易親<득의망언도이친>이라
一句明明該萬像<일구명명해만상>이요
重陽九日菊花新<중양구일국화신>이로다.
향상의 진리와 향하의 진리의 일은 분하기가 어려움이요,
뜻을 얻고 말을 잊어야 진리의 도에 친함이라
일구의 진리는 밝고 밝아 일만 형상에 합함이요,
구월달의 국화꽃은 새로움이로다
귀한 시간을 내어 산승의 법문을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불교신문 기사  하정은 기자 -